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6월 2024 >>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29
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시인 지구촌

<<다시 대표작으로 보는 현대시>>시리즈를 일단락 마치며 - <<절실한 한마디>>를 추천한다...
2015년 12월 27일 04시 13분  조회:3610  추천:0  작성자: 죽림
절실한 한마디

                 

 


김기택 시인
 
 
 
“요즘 ○○○씨는 왜 수업에 안 나오시나요?”

 “모르셨어요? 그분 얼마 전에 돌아가셨어요.”

 일반인을 위한 시창작 교실에서 강의할 때 있었던 일이다. 열심히 나와 공부하던 수강생이 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단다. 칠순에 가까웠지만 그는 진지하게 강의를 듣고 시도 자주 써냈다. 시를 잘 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즐긴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강의실에 앉아 있을 때 심각한 병을 앓았을지 모른다. 이미 죽음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가 무엇이기에 죽음이 강제로 중단시킬 때까지 그렇게 열심히 배우고 쓰려고 했을까?

 시를 공부하러 오는 사람들 중에는 머리가 희끗한 어른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나보다 인생 경험이 많은 선배들이다. 자기 분야에서 만만치 않은 업적을 쌓고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운 사람들이다. 한때는 문학에 대한 열정이 있었지만 가족과 일을 위해서 부득이 꿈을 접은 과거도 있다. 그러나 걸음마를 하듯이 새로운 언어를 익히기 위해 젊은 선생에게 무안한 지적을 받는 것을 즐겁게 감수하고 있다. 시를 쓰기에는 머리도 굳어버리고 언어를 다루는 순발력도 떨어졌지만 새로운 꿈을 위해 사소한 창피함을 무릅쓰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배움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으려는 노년 인구는 많아졌다. 신춘문예에 도전하는 어른들도 꽤 있다. 한 사이버대학 문예창작과에는 일흔 살 안팎의 학생 몇 명이 입학했는데, 베트남전에 참전한 경험을 작품으로 남기기 위해서 또는 자신의 삶을 자서전으로 남기기 위해서 등 입학 동기가 다양했다고 한다. 노년의 문예창작 공부는 여가 선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찾으려는 절박한 선택일 수도 있다.

 시 쓰기는 자신이 하고 싶은 진정한 말을 찾는 일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말은 대부분 헛말이다. 웃자고 하는 말,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말, 습관적으로 나오는 말, 쓸모 있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말이다. 꼭 필요한 한마디 말을 위해 열 마디, 백 마디의 윤활유를 쳐야 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러나 그 말들은 사회와 세계를 굴러가게 하는 수단이지 개인이 내면에 지닌 간절한 욕망과는 별 관계가 없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에 따르면 인간의 말은 단어와 단어가 이어진 소리의 연속일 뿐이며 내면의 진정한 욕망과는 거의 닿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의식적인 진실은 말에 닿을 듯하면서도 미끄러져 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시는 내면의 갈구를 충족시켜줄 것 같은 한마디를 끊임없이 찾아 나선다. 시가 언어의 의미보다는 몸의 감각과 기억과 정서 같은 울림을 살리려고 애쓰는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안타깝게 삶을 마감한 노년의 학생은 좋은 시를 남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시를 쓰기 위해 애쓴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진정성만 있다면 시를 쓰는 과정의 즐거움은 결과의 실패를 충분히 보상할 수 있다. 꼭 하고 싶은 절실한 한마디의 말을 끝내 찾지 못하더라도 그 가능성을 찾는 일의 흥분과 긴장은 삶의 괴로움을 조금이라도 상쇄할 만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택 시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16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162 프랑스 시인 - 기욤 아폴리네르 2021-01-27 0 3206
2161 미국 시인 -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2021-01-26 0 2193
2160 미국 시인 - 월러스 스티븐스 2021-01-26 0 2224
2159 미국 시인 - 로버트 프로스트 2021-01-26 0 2104
2158 미국 시인 - 엘리엇 2021-01-26 0 2455
2157 미국 시인 - 에즈라 파운드 2021-01-26 0 2352
2156 미국 시인 - 엘리자베스 비숍, 에이드리언 리치 2021-01-26 0 2357
2155 미국 시인 - 제임스 디키 2021-01-26 0 2161
2154 미국 시인 - 필립 레빈 2021-01-26 0 2207
2153 미국 시인 - 리처드 휴고 2021-01-26 0 1904
2152 미국 시인 - 시어도어 레트키 2021-01-26 0 2165
2151 미국 시인 - 존 베리먼 2021-01-26 0 2277
2150 미국 시인 - 앤 섹스턴 2021-01-26 0 2304
2149 미국 시인 - 실비아 플라스 2021-01-26 0 2011
2148 미국 시인 - 칼 샌드버그 2021-01-26 0 2400
2147 시적 개성 목소리의 적임자 - 글릭; 노벨문학상 문턱 넘다... 2020-10-09 0 2357
2146 고대 음유시인 - 호메로스 2020-03-09 0 3683
2145 프랑스 시인 - 폴 엘뤼아르 2020-03-01 0 3601
2144 한국 시인, 생명운동가 - 김지하 2020-01-23 0 3365
2143 한국 최초 시집... 2019-12-16 0 3697
2142 조선 후기 시인 - 김택영 2019-12-06 0 3541
2141 토속적, 향토적, 민족적 시인 - 백석 2019-11-18 0 5502
2140 한국 최초의 서사시 시인 - 김동환 2019-10-30 0 3383
2139 한국 순수시 시인 - 김영랑 2019-09-29 0 5267
2138 [시인과 시대] - 문둥이 시인 2019-08-07 0 3869
2137 일본 시인 - 미야자와겐지 2018-12-18 0 4144
2136 "쓰레기 아저씨" = "환경미화원 시인" 2018-11-15 0 3692
2135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고추밭 2018-08-20 0 4144
2134 동시의 생명선은 어디에 있는가... 2018-07-09 2 3391
2133 인도 시인 - 나이두(윤동주 흠모한 시인) 2018-07-09 0 4197
2132 저항시인, 민족시인, "제2의 윤동주" - 심련수 2018-05-28 0 4849
2131 페르시아 시인 - 잘랄 앗 딘 알 루미 2018-05-04 0 5319
2130 이탈리아 시인 - 에우제니오 몬탈레 2018-04-26 0 5162
2129 프랑스 시인 - 보들레르 2018-04-19 0 6591
2128 윤동주가 숭배했던 시인 백석 2018-04-05 0 5001
2127 일본 동요시인 巨星 - 가네코 미스즈 2018-03-31 0 5103
2126 영국 시인 - 월리엄 블레이크 2018-03-22 0 3155
2125 오스트리아 시인 - 잉게보르크 바하만 2018-03-06 0 4303
2124 미국 시인 - 아치볼드 매클리시 2018-02-22 0 4883
2123 조숙한 동성련애자 천재 시인 - 랭보 2017-12-27 0 7392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